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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 - 그 외

[공황장애 극복기] #4. 그래, 차라리 얘기하자

by 리키뿌뿌 2022. 4. 1.

정식으로 공황장애 지난을 받은 2일차인 2021년 7월 30일 금요일.

회사에서 배려를 해주신 덕분에 출근하지 않고, 급한 일은 재택으로 처리할 수 있었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내가 혈압으로 입원했을 때도 그렇고, 이번에도 그렇고 건강문제가 생기면 무엇보다 우선적으로 배려를 해주는 회사 분들에게 정말 감사할 따름이다.

확실히 약을 먹고 난 후에 증상은 크게 완화 되었다. 약간의 증상들은 남아있었지만, 삶에 지장이 있을 정도는 아니었다. 심하게 증상이 왔을 때에 비하면 천국이라고 느낄 정도.

다만 약의 단점은 크게 졸리다는 점이었다. 약 먹고 운전하지 말라던 선생님의 말씀이 이해가 되었다. 재택 근무였음에도 너무너무 졸린 바람에 아내에게 양해를 구하고 하루 종일 잠만 잤다. 다행히 처리해야 할 급한 업무는 없었기에 다행(심지어는 하루종일 자놓고 밤에도 참 잘잤다). 예민한 신경을 완화시켜주는 약이라 더욱 효과가 강한 듯. 이제 일주일 후에 병원을 가게 될텐데, 그 때까지는 괜찮겠지. 이정도면 충분히 참을만하다.

그리고 많이 고민했지만, 이 사실을 어머니께도 알렸다. 멀리계셔서 숨기려면 숨길 수 있었겠지만, 적어도 어머니께는 숨기고 싶지 않았다. 혹시 나중에 알게 되시면 더욱 크게 충격을 받으실까봐도 그랬고. 전화를 통해 말씀드리는데, 어머니께서도 며칠 전에 버스에서 전화를 기억하시고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끼긴 하셨다고 했다. 역시 엄마들의 감이란 무서워. 항상 무엇이든 척척, 혼자서도 잘 살아왔던 큰 아들이 갑자기 말로만 듣던 공황장애라니 다소 놀란 기색이긴 하셨지만, 이내 진정하시고는 잘 관리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물론 전화를 끊고는 아마 눈물을 훔치셨을런지도 모르겠다.

아마 앞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하게 되면 뭔가 측은하고 불쌍한 눈으로 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굳이 애써 숨기지는 않을 생각이다. 뭐 이게 죄를 지은 것도 아니고, 남들에게 위험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이러니 다들 나를 배려해주세요, 하는 것도 아니니까 말이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이유도 그런이유고. 그리고 이렇게 누구 하나라도 떠드는 사람이 있어야, 정신의학과에 다니는 사람들이 마치 죄인인냥 조심스럽게 병원을 방문하는 분위기도 없어질 것 아닌가.

마음의 병은 혼자 끙끙앓고 있기에 생기는 법. 조금 더 다른 사람들에게 나를 열고 얘기를 해야겠다고 느낀 하루였다. 그래. 얘기하자.

* 이 글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처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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