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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인 이야기 - 그 외

[공황장애 극복기] #2. 처음 느껴보는 절망감

by 리키뿌뿌 2022. 3. 30.

쓰러지듯 잠이 들고난 다음 날 아침.

눈을 뜨면서 스쳐지나가듯 "괜찮겠지?"라고 생각했지만 이내 그런 생각은 사라지고 말았다. 어쩌면 그 생각이 트리거였을까. 증상이 전혀 없어지지 않아 괴로움은 여전했다. 오히려 더 심해진 느낌이었다.

그래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회사에 미리 얘기를 해놓고 근처에 있는 심장질환 전문병원을 찾았다. 지난해 말쯤 고혈압 때문에 3일 정도 입원을 할 정도로 고생했기에, 혹시나 또 협심증 등의 심장질환일까봐 너무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침부터 찾아간 병원은 사람이 정말 많았다. 이렇게 아픈 사람이 많았나 싶을 정도로. 하지만 그때는 사람이 많아 기다려야 하는 상황조차 절망적으로 다가와 정말 힘들었다. 왜 하필 사람이 이렇게 많아가지고 나의 괴로운 시간이 길어지나 싶어서.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내 스스로가 너무 힘들었기 때문에.

긴 기다림 끝에 심전도 검사, 심초음파 검사를 진행했다. 그 중에 심초음파 검사는 너무 괴로웠다. 가뜩이나 호흡이 힘든데 계속 호흡을 조절하라고 요구하셔서(검사때는 그게 당연한거지만....ㅋ) 정말 죽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호흡이 안되서 왔는데 호흡을 조절하라고? 하는 생각에 화도 났지만, 사실 화를 낼 힘도 없었다. 당시의 감정은 분노보다는 절망이 지배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활동부하검사와 공복시에 해야 하는 혈액검사는 다음날 해야 하며, 그 때 결과를 알려주겠다는 소식은 정말 절망 그 자체였다. 이 상태로 내일까지 있으라고요 의사양반?? 그래도 뭐 다른 방법이 없었다. 결국 혹시 모를 역류성 식도염 약만 처방 받아가지고 터덜터덜 걸어가는 길은 절망을 향해가는 길과 같았다. 그런데 어쩔까. 절망을 참는 수 밖에. 이 말도 참 웃긴다.

결국 극도로 과민해진 신경과 스트레스, 무엇보다 심하게 찾아온 절망감은 점심조차 먹지 못하게 했고 이 날도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집으로 겨우겨우 갔다. 죽을 수도 있을 것 같다는 공포, 아니 죽는 것이 더 편할지 모르겠다는 생각에 이를때 쯤 집에 도착했고, 다행히 나를 보는 두 사람 덕분에 버틸 수 있었다. 아내, 그리고 아무것도 모르는 얼굴로 날 바라보는 딸. 그래. 난 남편이자, 아빠다. 이 생각 하나로 하루를 또 버텨나갔다.

* 이 글은, 비슷한 증상을 겪고 있는 분이 있다면 저처럼 극복할 수 있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어 쓰는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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