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적인 이야기 - 대입수시

[대입] 5년동안 300명 대학 보내며 깨달은 몇 가지 - #1. 가장 무서운 실패요인,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

by 리키뿌뿌 2021. 6. 15.

대입 컨설팅 경험담 제 1편은 바로 확증편향입니다.

[그래도]라는 말이 주는 희망

 

아마 제목만 보고는 "별 내용 없겠지"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첫 번째 내용으로 선정한 이유는, 제가 경험한 가장 많은 실패요인이 바로 이 확증편향이기 때문입니다.

원서에 대해 본격적으로 고민할 기간(6월~7월 즈음)이 되면 기이한 현상이 벌어집니다. "그래도 여기는 되지 않을까?"하고 스스로를 과신하게 되는 현상입니다. 이것은 특히 중상위권의 성적을 가진 경우, 그리고 학생들보다는 부모님들께 주로 많이 생기는 현상입니다. 이러한 현상이 생기는 이유는 무엇때문일까요? 이러한 이유는 크게 3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1) 잘못된 정보의 과다 유입

2) 내 아이는 무조건 잘 될 것이라는 믿음

3) 1~2번의 반복으로 견고해지는 확증편향

제가 예전에 컨설팅 하면서 겪었던 사례 하나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A학생의 상황]
내신 성적 : 2.2 / 모의고사 성적 : 주요과목 2등급, 사탐 1등급
학생부 : 역사교육과로 일관됨

1) 잘못된 정보의 과다 유입(인터넷에서 떠도는 말 + 학부모 모임에서의 소문)
- 학생부를 한 가지 방향으로 쭉 맞춰 놓으면 훨씬 유리하다
- 이 학교에서 A정도의 성적이면 보통 인서울 상위권 대학은 가더라
- 이 학교에서 내신 2.2면 높은 것이니, 대학교에서도 인정해 줄 것이다
- 역사교육과는 다른 사범대보다 낮으니까 괜찮을 것이다
- 예전에 B학생도 비슷했는데, 어디에 갔다더라(같은 학교 다른과)

2) 내 아이는 무조건 잘 될 거라는 믿음
- 남은 기간동안 열심히 공부하면 주요과목 1~2개는 1등급이 나올 것이다
- 학생부를 역사교육으로 쭉 맞춰왔으니 대학교에서도 좋게 볼 것이다
- oo대학교 이상은 정시로도 갈 수 있을 것이다
- 모의고사 성적이 잘 나오는데 xx대학교까지 낼 필요가 있겠느냐

3) 1~2의 반복으로 견고해지는 확증편향
- 그래도 우리 아이는 oo대학교까지는 합격할 수 있으니 그 아래로는 내지 않겠다
- 그래도 학생부가 일관성도 있고 00에 대한 내용도 잘 드러나 있으니 충분히 가능성 있다
[그래서 최상위권 6개 대학만 지원할 것이다]

이 학생은 사실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애매한 포지션이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고등학교인 것을 감안하더라도 내신 성적은 원하는 학교에 지원하기에는 다소 애매했고, 그렇다고 학생부가 뛰어나게 내용이 좋은 것도 아니었습니다. 따라서 저의 최초 상담에서는 상향지원 3개, 소신지원 3개를 추천했던 경우입니다.

하지만 상담시에 부모님이 엄청 완고하셨습니다. 평소에 많은 활동을 통해 이런저런 소문들을 많이 들으신 편이었고, 이로 인해 이미 머릿속에는 나름대로의 시나리오가 확고하셨습니다. 이로 인해 상담은 하러 왔지만, 본인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만 들으려 하시고, 나머지 저의 경고는 배제해 버리는 경향이 강하셨습니다. 결국, 저의 수차례 설득에도 불구하고 원하는대로 6개의 상향지원을 고집하셨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당연히 모두 불합격하고 재수의 길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이렇게 확증편향이 견고하고 강해지게 되면 남들이 무슨 말을 하게 되더라도 [그래도]라는 말로 방어를 하게 되고, 이것이 반복되면 잘못된 선택을 당연한 선택으로 확정하게 됩니다. 그것이 곧 희망이고, 최선이라고 여기게 되는 것이죠. 그렇게 실패를 하고 나면 생각보다 다시 정신차리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재수를 하더라도 좋은 결과를 얻기가 힘듭니다. 확증편향이 한 번 제대로 깨지고 나면 부정적인 마인드가 강해지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이러한 일을 막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1) 잘못된 정보를 받아들이지 말 것

: 확증편향의 시작은 잘못된 정보가 유입되는 것입니다. 이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딱 필요한 사람들에게 필요한 정보만을 얻어야 합니다. 여기서 가장 멀리 해야 하는 것은 비전문가들에 의한 소문입니다. 가장 치명적인 것은 것은 학부모님들끼리 도는 소문을 믿는 것입니다. 학부모님들끼리 말씀하실 때는 그냥 경험담 정도를 공유하는 것이 맞습니다. 절대 "누가 그러는데, 이 고등학교는 OO대학교에서 잘 봐준대"이런 얘기 믿지 마십시오. 그 분들은 대부분 전문가가 아닙니다.

정보를 얻어야 할 사람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학교 선생님 : 학교 선생님을 통해서 과거 선배들의 대입 현황을 알 수 있습니다. 대신 무조건적으로 신뢰하기보다는 경향성 정도만 보는 것이 좋습니다. 모든 학생들의 개인 현황은 다를 수 밖에 없으니까요

- 학원 상담 : 개인적으로는 가능하시다면 대형학원 2~3곳에서 상담을 받아보시기를 추천드립니다. 절대 1개 학원만 가보고 결정하시 마시고, 처음부터 고가의 컨설팅을 받으려고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대형학원을 추천하는 이유는 학생들이 많은만큼 정보가 넘치고, 비교군이 많기 때문입니다. 아무래도 소형학원은 정보의 수집이 쉽지는 않죠.(대형학원에서 컨설팅 경험이 있으신 분들은 경험치가 있기 때문에 괜찮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주변의 고등학교를 잘 파악하고 있는 해당지역의 대형학원이 좀 더 유리합니다. 지방에 있는 학생들이 서울의 유명 학원에서 컨설팅 받는 것은 완전 비추입니다. 여기에 대한 사례는 나중에 다시 말씀드리겠습니다

- 대학교에서 배포하는 입시 결과 : 학교 선생님, 학원 상담을 통해 어느 정도 정보를 얻으셨고 시간이 조금 있으시다면 목표하는 학교에서 배포하는 입시결과를 살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하지만 여기에도 함정이 있으니(평균의 함정) 유의하여 살펴보시면 좋습니다.

2) 내 아이는 무조건 잘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말 것

: 이건 두 번 설명하지 않아도 잘 아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무작정 안 될 거라고 생각하라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모든 일이 그렇듯,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여 그것에 대비할 수 있는 계획을 세워야 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너무 부정적인 것도, 너무 긍정적인 것도 아닌 중립적인 태도를 취해야만 성공할 확률이 높습니다. 만약 이런 객관성을 유지하기 어려우시다면, 학생을 믿고 그 선택을 존중하는 것이 가장 좋습니다.

대학입시도 전략이라는 말

객관성을 유지할 때 가능한 말입니다

 

이렇듯 확증편향은 좋은 전략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리는 독과 같은 것입니다. 아무리 올바른, 도움되는 정보가 있어도 그것을 믿지 않고, 내 안의 '뇌피셜'을 믿게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사실을 미리 알고, 다른 사람들의 말에 휘둘리지 않는 것만으로도 좋은 대입 전략을 세우는 기초는 충분히 세웠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몇 년이 흘러도 대입을 준비하는 학생들과 학부모님들의 마음은 똑같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실수하는 요인도 같겠지요. 앞으로도 저와 함께 실수를 줄이고, 좋은 전략을 세워나가는 방법을 하나하나 알아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