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개인적인 이야기 - 그 외

금수저를 바라보며

by 리키뿌뿌 2019. 6. 19.

나를 경제적인 관점의 흙수저와 금수저라는 기준으로 구분한다면 단언컨대 흙수저이다. IMF때 아버지께서는 안타깝지만 무너지셨고, 집안 생계를 책임지시는 어머니가 계셨지만 내 꿈을 모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이었다. 대학교 다닐 때는 학비가 없어서 쩔쩔맸었고. 그나마 학자금 대출이라는 좋은 제도가 없었다면 아마도 고졸 취업자가 되어 세상을 비관하고 살았을지도 모른다.(모든 고졸 취업자가 그런 것은 아니다)

 

사회 생활을 시작하면서 금수저가 되기는 힘들겠지만 그래도 흙수저는 어떻게라도 탈피하기 위해 꽤나 노력했던 것 같다. 억지로 맞지도 않게 군대를 장교로 다녀오면서 돈을 많이 모을 수 있었고 그것을 토대로 독립을 할 수가 있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독립을 하고서도 경제적인 문제는 이겨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내가 원하는 분야로의 도전을 지속하거나 공부를 하기는 너무나 어려운 상황이었다. 덕분에 울며겨자먹기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었고, 이 분야 저 분야를 전전하는 삶이 되어버렸다. 사실 어떤 경험도 쓸모없는 경험은 없다고 생각하기에 이것이 나에게 악영향을 주었다고 낙담하지는 않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그러다보니 나에게 있어 금수저라는 것은 부유하지는 않더라도 부족함없이 자신의 길을 갈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꼭 수퍼리치가 아니더라도, 무너질 수 있다는 걱정없이 무엇인가를 해볼 수 있는 사람. 최근에 그런 사람들과 많이 만나게 되고 일을 하다보니 상당히 많은 것을 느낀다. 그리고 경제적인 문제가 실제로 내게 미친 영향을 적나라하게 들여다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가장 많이 느낀 것은 위험에 대한 사고방식의 차이이다. 일단 흙수저인 경우에는 어떤 경우에서든 실패는 곧 삶 자체에 대한 문제로 직면한다. 당장 대출이자를 갚을 수 없거나, 먹고 살기가 빠듯해지는 등 실패=무너짐 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따라서 새로운 도전을 하기보다는 위험을 제거하는 것에 초점을 두게 되는데, 이것은 업무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 상급자들이 무엇인가 얘기를 하면 그것을 해내기 위한 방법을 찾기보다는 실패만은 면하기 위한 방법을 찾기 시작하는 것이다. 도전하는 사람들은 실패=경험 으로 생각하고 많은 도전을 하고자 하지만, 실패=무너짐 이 기본 공식인 사람들에게 그런 사고방식은 쉬이 할 수 없는 일이다. 따라서 어떠한 일을 진행하려고 해도 '어렵다', '이런 문제가 있을 것 같다', '쉽지 않을 것 같다'등의 부정적인 언어를 통해 자신의 실패를 미리 방어하려는 모습을 눈에 띄게 보이게 된다. 

 

그에 반해 금수저는 그런 삶의 '위협'을 겪는 일이 없다보니 도전에 있어서 상당히 열려있는 태도를 보인다. 어차피 실패를 하더라고 그것이 삶에 위협이 되지 않고, 내가 무너져봐야 삶이 바닥을 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너무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업무를 대하더라도 그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해내고자 하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러한 둘 간의 차이는 일견 별 것 아닌 것처럼 보일 수 있으나 삶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결국 하이리턴은 하이리스크를 동반할 수 밖에 없는데, 하이리스크를 안고 갈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게 되는 것이니 인생 후반부에서 삶의 질적 차이가 얼마나 날지는 굳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래서 돈이 돈을 버는 세상이 되고, 개천에서 용나는 일이 너무나 어렵다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나마 하나의 방법이었던 '공부'역시도 돈 많은 사람이 잘 할 수 밖에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으니.

 

이러한 차이를 몸소 느끼면서 상당히 생각을 많이 하게 되고 머리가 아파왔다. 이것을 어떻게 극복하고 내 삶을 제대로 만들어 나갈 것인가. 아마 모든 개인들이 다른 성향을 지녀 다른 방법을 찾아가야겠지만, 나름 내 삶에 대해 많이 고민해본 나조차도 무엇을 해야할 지는 모르겠다. 자기계발 서적을 읽어보아도 결국 '마인드를 바꾸어야 한다'고 하는데, 이 상황과 이러한 삶에서 자라온 내 자신을 부정하고 바꾸어야 한다는 말과 같이 들려서 썩 내키지 않는 것도 현실이다. 나 스스로의 모습을 지키면서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방법. 무엇이 있을지 좀 더 고민해봐야겠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