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여러차례 평가전이 있었는데요. 그 결과를 두고 여론이 그렇게 호의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수비라인에 대한 문제를 비판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먼저 평가전 결과를 되짚어 보면,
- 6월 2일 한국 : 브라질 (1:5 패배)
- 6월 6일 한국 : 칠레 ( 2:0 승리)
- 6월 10일 한국 : 파라과이 (2:2 무승부)
이렇게 승/패/무 가 각각 한 번씩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나쁘지 않은 성과라 생각하는데요. 비판하는 사람들이 어떤 비판을 하는지 알아보고 그에 대한 저의 생각을 한 번 적어보겠습니다.
1. 브라질은 몰라도 파라과이는 이겼어야 하는 것 아닌가?
틀린 말은 아닙니다. 파라과이의 경우 피파랭킹 50위로 평가전을 치렀던 3개 국가 중 가장 낮은 랭킹입니다. 우리나라보다도 낮죠. 하지만 축구공은 둥글고 단순히 피파랭킹만으로 국가간의 경기를 전망해서는 안됩니다. 그랬다면 한국이 독일을 이기는 이변이 일어날 일도 없는거겠죠.
그리고 파라과이가 현재 침체기이긴 하지만, 나름 남미에서는 유명선수들도 배출한 축구 강국 중 하나입니다. 그러니 사실 경기가 비긴다고 하여 크게 이상할 것은 없는 국가라는 것이죠. 가끔 '파라과이에 유명한 선수도 하나 없다!'라고 하시는 분들도 있는데 그건 우리도 손흥민 빼면 마찬가지입니다.
2. 상대 국가들은 1군이 아니었다
근데 그건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입니다. 수비의 핵, 미드필드의 핵이라고 할 수 있는 김민재, 이재성 선수가 빠졌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파라과이전에는 황희찬, 정우영 선수까지 빠졌습니다.
고작 선수 몇 명이 빠진다고 전력이 이만큼이나 떨어지는 것이 말이 되는가? 네 말이 됩니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선수층이 굉장히 얇기 때문입니다. 먼저 김민재 선수의 영향부터 살펴보자면, 완벽하지는 않을지 모르나, 우리나라 수비진에 있어 가장 필수적인 선수입니다. 몸싸움은 어떻게 투지로 커버한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지만, 한국 센터백들에게서 나올 수 없는 스피드. 이것은 정말 대체불가입니다. 여기에 몸싸움, 커트능력, 공중볼 장악까지 생각해보면 우리나라 선수들 중 김민재를 대체 할 수 있는 선수가 있을까요? 단언컨대 없습니다. 게다가 이 능력들은 김영권이라는 짝궁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라인운용 능력 등과 굉장히 시너지를 발휘하죠. 대신 발이 느린 김영권의 구멍은 김민재가 채워줍니다. 그러니 김민재 하나가 빠짐으로써 수비라인이 무너진다? 당연한 결과입니다.
더불어 이재성 선수의 부재도 마찬가지죠. 이재성 선수의 국대에서 움직임을 보면 공수 커버링 범위가 상당히 넓습니다. 다소 부족한 몸싸움과 킥력이 가끔 아쉬울 때는 있으나, 이 정도의 활동량을 보여주면서 모든 능력이 상위권인 선수는 우리나라에 없습니다. 윙어, 중미, 측면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이재성 선수의 존재만으로도 우리나라는 전술의 유연성이라는 하나의 무기를 가질 수 있게 됩니다. 이 정도의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우리나라에 존재하는가? 네 없습니다.
따라서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이 1~2명 빠진다는 것은 전력의 급감을 의미합니다. 비슷한 수준의 선수로 메울 수 있는 강국들과는 다르다는 얘기입니다. 가끔 아직도 2002년에 머물러 계시는 분들이 있는데, 우리나라가 지금은 그만큼의 축구 강국은 절대 아닙니다.
3. 감독의 전술이 문제다
이건 사실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전술이 문제인지 선수가 문제인지요. 왜냐하면 어떤 전술이라도 누가 소화하는가에 따라 완성도와 파괴력이 달라질 것이기 때문에 정답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벤투 감독이 말하는 '빌드업 축구'가 우리나라 선수들 역량에 적합한가를 따져야 하는데, 이것은 어떤 답변이 나와도 감독의 전술 문제가 아닙니다.
1) 우리나라 선수에 맞는 전술이다 : 그럼 전술이 문제가 아니라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선수들의 문제죠. 그리고 국가대표 감독의 경우 잘 뛰고 있는 선수를 선발하여, 단기간에 팀을 만드는 것이 역할입니다. 따라서 그들의 성장은 클럽 감독이 시켜야 하는 것이니, 역량이 성장하지 못했다면 그것은 국가대표팀 감독의 잘못이 아니죠.
2) 우리나라 선수에 맞지 않는 전술이다 : 그렇다면 이것은 대한축구협회에서 감독을 잘못 선임한 것이지, 감독의 잘못은 아닙니다. 벤투 감독은 취임 당시부터 경기를 지배하는 빌드업 축구를 하겠다고 천명했습니다. 그렇다면 이는 감독 선임을 위한 면접(?) 등에서도 같은 얘기를 했을 것이고, 그것을 보고 뽑은 대한축구협회의 잘못이 되는 것입니다.
오히려 벤투감독은 본인이 말한 것을 잘 지켜나가고 있으니, 너무너무 잘하고 있는 감독이네요. 이럴때면 가끔 이렇게 되묻는 분도 계십니다. "그래도 잘 안되면 선수들에 맞게 전술을 변화시킬 수 있는 것 아닌가?"라구요. 사실 이 점에 있어서는 개개인별로 의견이 다르겠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말이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합니다.
벤투감독은 2004년 선수 은퇴 후 스포르팅 CP의 유소년팀 감독을 시작으로 하여 스포르팅 CP,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크루제이루 FC, 올림피아코스 등의 감독을 맡으며 나름 10여년의 경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선수로 20여년을 살아오고 감독으로 10여년, 총 30여년을 축구를 겪으며 살아왔으니 당연히 자신만의 철학과 철칙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어쩌면 경기를 지배해 나가는 빌드업 축구가 그것일 수도 있겠죠. 그런 사람에게 "잘 안되니 전술을 바꾸라!"하는 것은 30년 경력의 장인에게 "당신이 방식은 틀렸으니 바꿔라!"고 하는 것과 같을 것입니다. 전술이 문제라면 애시당초 선임을 안하는 것이 맞습니다. 뽑아놓고 욕하는 것이 아니라요.
이제 6월 14일에 이집트와의 또 다른 평가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집트 역시 피파랭킹 32위로 29위인 우리나라와 3계단 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만큼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이상하지 않은 국가입니다. 그러니 너무 승부에 일희일비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 응원해주고, 월드컵때까지 잘 준비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화이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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